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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천문학의 오해와 진실

by 꿀벌팁 2022. 6. 21.

지구는 여름에 태양에 제일 가까워진다.
일단 가정 자체가 틀렸다. 남반구랑 북반구는 여름일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북반구에서는 그 반대다. 근일점(近日點)은 여름이 아니라 도리어 겨울인 1월에 존재한다. 계절이 생기는 것은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변해서가 아니라 지구의 자전축이 약 23.5도만큼 기울어져 있어서이다. 상식적으로 지구의 궤도가 아무리 타원형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원형에 가깝기에, 고작 몇 km 차이가 난다고 해서 계절이 바뀔 정도로 기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단, 남반구 한정으로는 진실. 남반구는 1월이 여름이다. 하지만 지구-태양 사이의 거리가 연교차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남반구는 북반구보다 육지가 적어 열에너지 교환이 활발하기 때문에 연교차는 오히려 더 작다. 바다를 구성하는 물이 비열이 커서 온도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단, 지구의 세차운동에 의해 13000년 후는 태양과 가까울 때 북반구는 여름이다.

 

천문학을 배우면 미래를 볼 수 있다.
천체의 운행은 예측할 수 있으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걸 넘어 점성술의 영역으로 나아간다면 유사 과학적 주장이 된다. 천문학과 점성술의 관계는 화학과 연금술의 관계나 심리학과 대중심리학의 관계와 같다. 아니 그것도 따지고 보면 연금술과 대중심리학에 대한 모욕이다. 점성술은 천문학이라는 그럴싸한 도구를 빌려 아예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미래를 점치는 사기지만, 연금술은 어쨌든 "화학 반응을 통해 새로운 원소를 합성할 수 있다[34]"는 가설이 잘못되었기에 검증 결과도 틀렸다고 나왔을 뿐, 어쨌든 과학적 방법론을 따랐기 때문에 연구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로부터 초기 화학이 태동할 수 있었다. 대중심리학 역시 학술적인 결과를 얕게 핥은 채 취사선택하여 오해를 퍼트리는 것이 문제이지, 아예 대놓고 심리학을 사용해 인간의 심리와 전혀 관련 없는 다른 무언가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굳이 비유하자면 정치학·사회학에서나 의미를 갖는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을 자연과학에 적용하여 시원하게 말아먹었던 소련 같은 사례가 더 어울릴 것이다.
슈퍼문이 뜨면 재앙이 온다.
몇몇 이들은 슈퍼문이 뜨는 전후로 재앙이 온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20세기 중반 이후로 지구에 큰 자연재해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인도네시아 지진, 잇따른 자연재해에 '슈퍼문 재앙설'까지?. 해와 달이 일직선상에 있을 때 조수간만을 일으키는 기조력이 평소보다 강해져 지각판에 압력을 줄 수도 있지만 이 사례들의 경우 정작 지진은 기조력이 가장 약한 날 발생했고, 슈퍼문 자체가 미심쩍은 통설에 불과하다며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달이나 별은 밤에만 뜬다.
달이 낮에 뜨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대낮에도 관찰할 수 있다. 초승달은 오전에 떠서 이른 밤에 지고 그믐달은 늦은 새벽에 떠서 오후에 진다. 다만 태양과 반대편에 있는 경우인 보름달은 밤 동안만 떠 있다.
낮에도 별들은 항상 떠 있지만 하늘이 너무 밝기 때문에 맨눈으로는 보기 어렵다. 해 질 녘이 되어야 금성이나 시리우스 같은 비교적 밝은 별이 관찰이 가능할 정도. 하지만 망원경을 사용한다면 낮에도 충분히 별을 관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잘 생각해 보면 태양도 별이다.
달이 가장 높이 떠 있을 때 만조가 된다.
언뜻 생각하면 달에 가장 가까운 부분, 즉 달이 가장 높이 떠 있는 지역의 수면이 가장 높아져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 만조가 되는 시점은 달이 남중했을 때가 아니라 질 때와 뜨기 직전에 더 가깝다. 바닷물이 달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달의 남중 시각과 바닷물의 만조 시각에 몇 시간 정도의 시차[36]가 발생하게 된다.
밀물인 지역의 지구 반대편은 썰물이 된다.
밀물과 썰물이 생기는 이유는 달의 차등 중력에 의한 것이다. 차등 중력은 대상을 단순히 끌어당기는 것이 아닌 앞뒤로 잡아당기는 힘이기 때문에 밀물인 지역의 반대편도 밀물이 된다. 썰물은 90도가 되는 위치에서 발생한다.
달은 우연히도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같게 만들어졌다.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탈출 속도를 넘어야 한다.
단순히 탈출 속도를 넘지 않더라도 자신의 무게를 이길 만한 충분한 수준의 가속만 지속되면 시속 1km의 속도로도 지구를 탈출할 수 있다. 물론 속도 증분을 계산해보면 정확히 탈출 속도만큼 나오겠지만 게다가 탈출 속도는 지구 대기의 영향을 무시하고, 추가 에너지 투입 없이 표면에서 탈출하는 데 필요한 속도를 단순히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이 속도로 우주선을 쏘아 올린다 하더라도 추가 가속이 없다면 지구를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름달이 뜨면 사람들은 더 많은 광기에 휩싸이게 되고, 자살 발생 건수가 급증한다.
보름달이 뜬 날에 더 많은 사건·사고 발생 혹은 자살 시도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서구권을 중심으로 뿌리 깊은 편견이 존재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신이다. 당장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 보름달이 뜨는 날을 추석 같은 명절로 지정하고 오히려 더 좋은 날이라고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달의 모양이 어떻든 간에, 달은 심리적 자극이나 스트레스의 증가, 자살 시도 등에 대해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물론 달이 조석력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인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실제로는 한국 표준시의 기준점은 일본에 있으므로[37] 한국 기준으로 태양이 남중하는 시각은 평균적으로 12시 30분 부근이다. 또한 지구의 타원 궤도와 황도 경사각의 영향으로 천구상에서 태양이 적경 방향으로 움직이는 각속도는 매일 달라진다. 하루에 정확히 24시간만 가는 시계와 달리 태양의 남중 주기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며, 대체로 12시 15분 ~ 12시 45분 사이에서 변한다. 자세한 설명은 균시차 참조.
도시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보이는 별들은(혹은 가끔 보이는 밝은 별은) 모두 인공위성이다.
인공위성은 하늘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맨눈으로도 보이기 때문에 누가 봐도 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별은 대략 12시간에 걸쳐서 하늘을 일주하지만 저궤도 인공위성들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데 수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보이는 인공위성을 발견할 확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현재 지구 상공을 돌고 있는 인공위성의 개수는 2000여개 정도지만 그중 맨눈으로 볼 정도로 밝게 빛나는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1등성 수준으로 지속해서 밝게 빛나는 인공위성은 국제우주정거장이 유일하다. 여기서 ISS의 관측 가능 시각을 알 수 있는데, 대략 하루에 한 번꼴로 하늘을 지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접 찾아서 보는 것이 아닌 한 우연히 관측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 외에 맨눈으로도 잘 보이는 위성은 이리듐 위성이 있는데, 이쪽은 발광 시간이 수 초 정도밖에 되지 않아 곧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별로 착각할 가능성은 없다. 무엇보다 인공위성 역시 자체 발광하는 게 아니라 태양 빛을 반사하여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인공위성이 태양 빛을 받을 수 있는 일출 전이나 일몰 후에나 수 시간 정도 볼 수 있으며 한밤중에는 지구의 밤 부분으로 넘어가 햇빛을 받지 못하므로 한밤중에 보이는 별들은 절대다수가 정말 별이거나 행성들이다.
무중력은 중력이 없다는 뜻이다.
ISS의 인원들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은 중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38] 자유낙하 상태이기 때문이다. ISS의 인원들은 그 날아가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서, 아무리 떨어져도 둥근 지구의 표면에 이르지 못하는 것일 뿐.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에서 느끼는 기분을 생각하면 쉽다.
또한 중력이 정말로 0만큼 작용한다는 말도,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주위 물체들에 의한 중력의 영향이 극히 적은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광대한 우주 공간 어딘가에는 그런 장소가 존재하지만, 중력이 완전히 0인 곳은 우주 어디에도 없다. 중력의 수학적, 물리학적인 정의 자체가 유한한 거리에서는 0이 될 수가 없기 때문에 지구에서 아무리 멀어지더라도 중력이 0이 되지는 않는다. 이건 지구뿐만 아니라 작은 사과나 우리의 몸이 갖는 중력의 경우에도 동일.

천체의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같아지는 원인은 조석 고정 때문으로, 우주에서 흔히 관측되는 현상이다. 위성은 완전한 회전 대칭이 될 수 없으므로 모행성을 공전하며 특정 방향으로 계속해서 토크를 받게 되는데, 이 과정이 수십억 년간 지속된 결과 위성은 자체 회전 에너지를 모두 잃어버리고 달과 같이 한 면만을 모행성에 보여주며 돌게 된다. 이것을 동주기 자전이라고 하며 행성이 모항성 주변으로 이런 자전을 할 경우 항성과 바라보고 있는 면은 기온이 극단적으로 뜨겁지만, 그 반대의 면은 얼음 지옥이 된다.
태양계 내에서는 지구의 달 뿐만 아니라 화성의 포보스와 데이모스, 목성의 갈릴레이 위성 4개는 전부 다 조석 고정 상태이며, 그 밖에도 어느 정도의 크기를 갖춘 대형 위성 중에서는 조석 고정 상태가 아닌 위성을 찾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다.
태양은 정오에 남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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