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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물리학의 관계성

by 꿀벌팁 2022. 6. 20.

물리학은 이러한 근본원리(물리법칙)를 찾아내려는 학문이지만, 여타의 자연과학들은 이러한 물리법칙에 의해 형성된 각종 자연현상 그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현상 과학). 즉 물리학은 화가의 정체를 찾아내려는 학문이지만, 여타의 자연과학들은 그 화가가 그린 그림 그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천문학은 물리법칙에 의해 형성된 각종 천문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화학은 물리법칙에 의해 일어나는 분자 수준의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고, 대기과학은 물리법칙에 의해 형성된 대기 현상이라는 자연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생물학 및 지질학도 마찬가지다.

우주를 형성하는, 우주를 지배하는 근본원리가 있다. 이것을 물리법칙이라고 부른다. 즉 물리법칙이 화가라면, 우주의 각종 자연현상은 화가가 그려내는 그림들이다. 태양과 달의 운동도 물리법칙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고, 화학반응 뒤에도 양자역학 등의 물리법칙이 숨어있다. 태풍, 엘니뇨 등 대기와 해양의 여러 현상, 생물체 내의 각종 현상도 근본을 따져보면 결국 물리법칙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지진, 화산 등 지질 현상도 마찬가지다.
이상적으로는 맞는 말이고 근대물리학까지는 맞는 말이었지만 현실의 물리학 연구자의 숫자는 이론적인 물리학을 하는 사람은 소수고 대부분 이론의 적절한 적용을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천문학과 물리학의 경계는 매우 모호하다. 특히 전통적인 관측천문학 분야가 아닌 우주론, 블랙홀, 플라스마 핵물리 분야의 경우 물리학과나 천문학과 어느 쪽에 소속되어 연구해도 이상하지 않다. 물리학과에서 월급 받으면 물리학자고 천문학과에서 월급 받으면 천문학자라고 한다는 대표적으로 중력파 관측 실험 중 하나인 LIGO와 관련된 이론적, 수치 해석적 연구의 경우 일반 상대론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천문학과에 소속되어 연구하는 사람도 많고, 천문학자들의 연구가 블랙홀 연구에 영향을 직접 준다. 이런 경우는 이미 천문학이 물리학과 별개의 학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즉, 천체물리학 분야는 응집물질물리학, 입자물리학, 생물물리학 등 다양한 물리학 응용분과의 하나이지만 그중에서도 분야가 방대해서 다른 학과로 떨어져 나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물리학과 천문학은 상호협력하면서 발전해왔다. 천문학자들이 관측하다가, 어떤 천문 현상을 발견했는데, 그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다가, 새로운 물리학 이론이 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튀코 브라헤, 케플러 등이 관측하여 정리한 '태양계 내 행성의 운동'이라는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과정에서 그 유명한 아이작 뉴턴의 운동법칙이 탄생했다.[18] 심지어 어떤 천문 현상이 기존 물리학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될 경우, 기존 물리학 이론의 폐기 및 새로운 물리학 이론의 등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패러다임 쉬프트). 반대로 새로운 물리학 이론이 먼저 제기되고, 그에 대한 관측상 증거가 후에 천문학자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 논문을 내놓을 당시 해당 이론은 어디까지나 가설이었을 뿐, 실험적/관측상 증거는 없었다. 그러다 후에 영국의 천문학자인 에딩턴이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예측하는 현상에 대한 관측에 성공하였다. 에딩턴은 일식 현상 관측을 통하여 '빛이 중력에 의해 휘어진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물리학은 모든 자연과학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자연과학을 연구하더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물리학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천문학은 물리학 지식을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하는 학문이다. 일례로 서울대학교의 경우에는 학부 과정에선 아예 물리학과 천문학을 모두 다루는 물리천문학부를 운영하되 2학년 과정부턴 본격적으로 전공과목들이 나뉘었었다. (이제는 따로 선발한다) 분리 이후에도 물리학 전공과 천문학 전공이 공통으로 듣는 전공과목들이 상당수 있다. 예를 든다면 고전역학, 양자역학, 전자기학, 상대성 이론 등의 물리학과 목과 미분방정식, 선형대수학 등의 수학 과목이 있다.

이렇게 물리학과 많은 관련이 있다 보니 노벨 물리학상은 천문학 분야(더 정확히는 우주과학)의 업적도 모두 아울러서 판단하여 시상한다. NASA 등의 굵직한 우주 탐사 미션이 성과를 내면 해당 프로그램의 천문학이나 지구과학(을 기반으로 연구하는 행성 과학)을 전공한 수석 과학자들은 논문 제1 저자자 연구단 총책임자로서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떠오르게 마련이며, 심지어 물리학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외계 행성 발견이 노벨상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데도 천문학은 흔히 물리학보다 지구과학과 엮이게 된다. 물론 지구과학과 천문학이 서로 연관 없는 학문은 아니지만, 물리학과의 관계와 비교해서도 지구과학과 더 엮이게 되는 교육과정을 비롯한 대중의 천문학에 대한 인식은 아이러니한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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